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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남동에서 오븐구이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 평균 2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평일은 150만~180만원, 주말엔 250만원 안팎이다. 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종일 100마리 이상 닭을 구워야 한다. 겉으로는 ‘잘되는 치킨집’이지만 정산서를 펼치면 표정이 굳는다. “200만원 팔아도 비참해요. 원가, 부가가치세, 인건비, 임대료, 수수료 다 빼면 8% 남습니다.” 마진은 아르바이트생 한 명만 쓰면 10%, 아르바이트생 없이 부부가 함께 일하면 13~14%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그는 “이게 합당한 마진이냐”고 되물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를 쓰고도 15%가량 남겼는데, 수익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SBS미디어홀딩스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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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값 뛰어도…점주들 “남는 게 없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점주의 수익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을 파헤쳐보면 한국 자영업의 구조적 한계와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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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식자재, 부자재 구입 비용이다. 주된 원재료인 닭고기부터 양념, 기름, 포장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매출 대비 55%에 맞먹는 비용이 들어간다. 치킨, 피자 등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A씨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가 자영업자 표본 186곳넥센 주식
을 분석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영업이익률은 8.7%였고, 본사가 공급한 원·부자재를 구입하는 데 매출의 49.5%를 썼다. 이런 원·부재료는 ‘필수품목’이란 명목으로 본사에서 제공하는 것만 쓰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본사는 원·부자재를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가맹점에 공급해 차익을 얻는다. 본사 유통 마진, 이른바 ‘차액가맹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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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본사는 차액가맹금을 늘리고 있다. 치킨·한식·커피·제과제빵·피자 등 국내 5대 외식 업종의 가맹점이 본사에 낸 평균 차액가맹금은 2021년 1600만원에서 2023년 2460만원으로 2년 만에 54%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커피가 144%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치킨(67%), 한식(37.5%), 제과제빵(35.2%), 피자(23상한가클럽
.5%) 순이었다. 이 기간 가맹점 매출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외식업 전체 평균 매출은 2억7900만원에서 3억2300만원으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차액가맹금 부담이 가장 큰 외식 업종은 치킨이었다. 2023년 기준 점주당 평균 3500만원을 지불했다. 매출 대비 8.6%다. 2021년 7%에서 1.6%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유통마진은 ‘이름값’이 있는 상위 치킨 프랜차이즈일수록 더 컸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남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상위 6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2020~2022년 평균 차액가맹금은 연 6529만원에 달했다.
 가맹 본사 유통마진 불신 커져
프랜차이즈 본사가 유통마진을 늘리면서도 정작 공급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지 않아 점주들 사이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본사가 어떤 외부 업체를 통해 필수품목을 조달하는지 등을 점주는 알 수 없다. 닭, 식용유 등 시세와 연동하는 품목조차 실제 공급가와 시세가 어떻게 맞물려 작동하는지 설명을 들을 수 없다.
필수품목 지정 자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본사 외에 외부에서 조달하는 게 사실상 막혀 있어 점주는 대부분 별다른 선택지 없이 반복 구매를 이어간다. 브랜드 메뉴 등의 품질이 균일해야 하므로 필수품목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의 점주가 동의한다. 하지만 본사가 외부에서 사 온 물품을 라벨만 바꿔서 비싸게 판다거나 묶음 포장의 숫자만 바꿔 단가를 올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점주들은 품목별로 세부적인 가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치킨의 경우 닭, 양념 가루, 기름, 포장재, 절임무 등 각 항목의 조달처와 매입가, 본사 마진(차액가맹금), 검수비 등을 세세하게 분리해 보여주고 점주들과 주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사와 점주 간 불신이 커지자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BBQ, BHC, 교촌 등 최소 8곳의 치킨 브랜드 점주들이 작년 말부터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존도 커지는 배달앱 수수료도 논란
점주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음식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라이더 배달비다. A씨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 건당 7.8%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2만원짜리 치킨 주문을 받으면 1560원이다. 여기에 결제수수료 400원을 더하면 대략 2000원이 된다. 배달 기사에게 내는 비용(1900~3400원)까지 더하면 약 5000원이 나간다. 2~3년 전만 해도 소비자에게 받았던 2000원의 배달비를 최근 배달 플랫폼들이 ‘무료 배달’이란 명목으로 못 받게 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다. 소상공인의 배달앱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프랜차이즈 가맹점 조사 결과 배달 플랫폼을 통한 매출 비중은 48.8%에 달했다. 배달앱 없이 영업하면 매출의 절반가량을 날리는 셈이다. 배달앱 정책에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들이 휘둘리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한 그릇 배달’이 대표적인 예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은 올 들어 대대적인 소액 배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자 프랜차이즈 본사가 반응했다. 예전에 없던 1인용 메뉴를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소액 주문이 늘면 노동 강도가 세지고 마진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점주들은 우려한다.
점주 보호를 위해 정치권이 나섰다. 국회에선 배달앱 수수료 상한을 도입하는 법안(소상공인법 개정안)이 이달 들어 잇달아 발의됐다. 핵심 골자는 세 가지다. 배달앱의 서비스 이용료(중개수수료)에 상한을 씌우고, 매출이 작은 영세 업주에 우대 요율을 의무 적용하며, 정부가 필요할 경우 수수료 조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수수료가 이미 낮은 수준이어서 정부가 개입해 더 낮출 여지는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배달 플랫폼 최대 수수료율은 7.8% 수준이다. 최대 35%에 달하는 해외에 비해 낮다. 미국 도어대시, 일본 우버이츠 등 주요국 배달 플랫폼의 현 수수료율은 30~35%다. 여기에는 라이더 배달료까지 포함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를 감안해도 수수료율이 한국의 두 배에 달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