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극단들이 9, 10월 잇달아 새 작품을 발표합니다. 이 시기에 내보인 신작은 이듬해 경남연극제에 출품하기도 해 경남 연극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것은 기대와 설렘입니다. 신작을 내보여야 하는 극단은 긴장감이 크겠지만, 그 사정을 잘 알 리 없는 관객들은 신작을 기대하며 설렘을 안고 공연장을 찾기 마련이지요. 관객 처지에서 설렘만을 갖고 도내 극단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기사로나마 작품을 접해보고, 마음이 닿는 연극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연극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이의 삶을 살아보고 이해하는 데 있다고 하죠. 이는 무대 위에 서는 배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도 이 시대에서, 이 사회에서 사는 이들이 어 순공정가치 떤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을 겪는지 알 수 있을 테죠.


한 장면. /주성희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4/551744-1PikkrB/20250914120007402xqdw.jpg" da 손해보험모집인 ta-org-width="600" dmcf-mid="XAGLOH9HY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4/551744-1PikkrB/20250914120007402xq 소득증비서류 dw.jpg" width="658">

밀양 극단 메들리의 신작 <웃으면 장수하리 명랑육전> 한 장면. /주성희 기자


밀양 극단 메들리의 새 연극 <웃으면 장수하리 명랑육전>은 지역에 사는 노년의 삶과 사랑을 다룬다. 2023년 '레지던스 시민연극제 프로그램 무직자 대환대출 '으로 낭독극 형태로 선보인 바 있다. 김은민 메들리 연출이 낭독극으로만 남겨둘 수가 없다고 생각해 이번에 본격적으로 무대 위에 올린다. 메들리는 이 작품을 노령화 시대에 맞는 지역맞춤형 코믹극으로 제작했다.
연습이 한창인 밀양아리나 꿈꾸는극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출과 배우들이 공연 전 최종으로 무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펴보는 중이었 개인회생상담 다. 아직 배우가 등장하지 않은 무대는 조명이 중앙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비추고 있다. 관객석 기준으로 오른쪽에 평상이 놓여있다.

무대는 단순한 구조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리도록 무대 한가운데에 아주 큰 나무만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외로운 두 사람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작품 속 등장인물이기도 하고 바라고 기다리는 모습과 그 마음을 나무로 상징화해 보여준다. 김 연출은 나무 뒤에서 이장이 숨기도 하고, 또 인물마다 부끄러움을 느끼면 나무로 숨는 것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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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극단 메들리의 신작 <웃으면 장수하리 명랑육전> 한 장면. /주성희 기자


이장 역은 서용수 배우가, 청년회장 역은 박기량 배우가 나선다. 숙이 역에 김수희 배우, 영자 역에 황혜림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드디어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각자 위치에 서고, 연습은 공연처럼 시작됐다. 활기찬 배경음악이 들어오자, 서 배우가 구수한 경남 지역어로 작품 분위기를 친숙하게 이끈다. 메들리는 작품마다 공연과 객석의 틈을 허무는 데 노력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배우들이 무대와 객석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면서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긴장감을 푼다.

작품은 '대한민국 아무래도 반드시 웃으면 장수하리'란 마을이 배경이다. 이제 막 마을 숙원 사업인 경로당을 짓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마을에 주소지가 있는 65세 이상이 35명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5명을 모으는 일이 제일 골칫거리다. 마을에 살고 있으면서도 각자 자식들 사정으로 주소지를 다른 곳으로 옮긴 이들도 꽤 있다. 딱 1명이 모자라는데, 청년회장 옆집에 사는 66세 숙이가 이들의 머릿속을 스친다.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숙이는 가족이나 자식도 없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도 없다. 물을 떠다가 '등 긁어줄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하고 소원을 빈다고 하는데, 조용한 성정 속에 숨겨진 외로움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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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극단 메들리의 신작 <웃으면 장수하리 명랑육전> 한 장면. /주성희 기자


경로당은 노년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부모를 모시고 사는 이들에게도 한숨 돌릴 수 있는 곳이다. 청년회장의 부인 영자는 경로당이 생기면 시어머니가 점심 한 끼라도 거기서 잡숫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장도 경로당이 필요하다. 마을에 대소사를 전부 자기 집에서 의논하는 것도 지쳤다. 경로당이 지어지면 수도세 공과금 감면, 냉·난방비 지원도 해주니 집보다 편하게 지낼 수도 있다.
청년회장과 영자 부부가 경로당을 짓기 위해 옆집 숙이 할머니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하지만, 숙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경로당을 짓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청년회장과 영자가 에꿎은 이장을 비난한다. 숙이는 "우리 이장님이 어때서"하며 이장에게 사과하라고 이전에 없던 성질을 부린다.
이를 통해 이장과 숙이의 사이가 한층 가까워진다. 숙이도 늘 혼자서 살고 이장도 사별 후 혼자 지내는 힘듦이 있기에 "우리 힘을 합쳐서 같이 살아보자"고 한다. 작품은 이런 부부가 아니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친구처럼 도와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길 희망한다.
작품은 크고 작은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극이다. 배우 4명과 연출이 작품을 만들면서 웃을 지점을 많이 심어두었다. 김 연출은 지역에 청년뿐만 아니라 노인조차도 없는 현실, 노인들의 외로움과 사랑 등을 슬프고 어둡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에 대본 자체가 재치있게 짜여있기도 했다.
농촌사회에서라면 할 수 있는 이야기, 노인들이 할 만한 말들을 담았고, 지역 언어의 말맛을 살렸다. 등장인물 4명마다 개성과 성격을 드러나게 했다. 김 연출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서 "함께 웃으면서 공연을 관람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연극 <웃으면 장수하리 명랑육전>을 12일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했고, 20·21일에는 밀양아리나 꿈꾸는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관람은 무료다. 문의 0502-1410-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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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극단 메들리의 <명랑육전> 홍보물. /메들리


/주성희 기자